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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장천1호분벽화, 수산리벽화분 벽화, 약수리벽화분 벽화 이미지

고구려인의 흥미로운 놀이

고구려인이 노래와 춤, 기예를 즐겼음은 중국의 역사기록에서도 흔히 지적되는 사실이다. 고구려의 기예는 귀족 및 왕이 베푼 연회나 야유회, 고취행렬 중에 행해졌다. 고구려 사람들, 특히 귀족들이 즐겼던 공연 가운데 하나는 재주이다. 놀이, 교예, 곡예, 기예, 환술, 서커스 등으로도 불리는 재주 공연은 보통 전문적인 기예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재주공연은 귀족들이 행차하는 행렬 한가운데에서 펼쳐지기도 했고 귀족이 집으로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은 뒤 마련된 자리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장천1호분벽화에는 집주인과 손님의 야유회 장소에서 재주가 펼쳐지는 장면이 담겨 있고, 수산리벽화분 벽화에는 고구려 귀족부부의 나들이 도중 이 행사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 앞에서 여러 가지 재주가 공연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약수리벽화분 벽화에는 큰 행렬을 이루며 행차하는 귀족의 수레 앞에서 재주꾼들이 재주를 보이는 장면이 남아 있다. 고구려 기예단의 재주 종류는 크게 말 타기, 손 놀리기, 발 놀리기, 칼 부리기, 짐승 부리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수산리벽화분의 재주공연 장면은 손 놀리기와 발 놀리기 위주로 구성되었다. 소매와 가랑이가 좁은 저고리와 바지 차림의 손 놀리기 재주꾼은 두 다리는 약간 벌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엉덩이는 뒤로 뺐으며, 목과 머리는 90° 가까이 뒤로 제켜 하늘을 쳐다보면서 크게 벌린 두 팔을 바삐 놀린다. 허공을 향한 긴장된 눈길 위에는 막대 3개와 공 5개가 서로 엇갈리며 오르내리고 있다. 손 안에 쥐고 있을 공 한 개 외에 8개의 막대와 공은 모두 허공에 떠 있는 상태라 이 가운데 하나라도 땅에 떨어뜨리면 곤란한 것이다. 재주꾼의 손과 눈길, 발끝은 긴장되면서도 리듬감 있는 3박자 움직임을 연출하고 있다. 이 재주꾼의 비슷한 복장과 자세의 다른 재주꾼이 살이 많은 바퀴를 공중에 던져 올려 굴리고 있고, 두 재주꾼의 위쪽 공간에서는 또 다른 재주꾼이 사람 키 높이의 나무다리 위에 올라서서 두 손끝에 작은 물건을 올린 상태로 묘기를 보여준다.
한편, 팔청리벽화분 벽화에는 짐승 부리기 외의 모든 재주들이 등장한다. 뿔나팔 연주에 맞추어 갖가지 묘기를 보여주는 말 타기 재주, 여러 개의 막대기와 공을 엇바꾸어 던져 올리는 손재주, 완함 반주에 맞추어 높은 나무다리에 올라가 춤추는 발재주, 두 사람이 짝을 이룬 칼부림 재주 장면을 팔청리벽화분의 재주그림에서 볼 수 있다. 짐승 부리기는 장천1호분 벽화에만 표현되었다. 장천1호분의 주인공이 주관한 야유회 행사의 하나로 기예단의 재주가 펼쳐지는 모습이 벽화에 보이는데, 재주꾼 두 사람 가운데 앞의 사람은 간두희(竿頭戲)로도 불리는 재주를 펼쳐 보이는 중이다. 고개를 제키고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약간 팬 채, 막 왼손에 쥐고 있는 공을 위로 던지려는 자세이다. 오른손에 잡은 막대 끝에 올려진 평판 위에는 공이, 다시 그 위에는 평판, 공이 잇달아 올려진 상태이다. 뒤의 인물은 두 무릎을 조금 굽히고 머리를 제켰으며, 오른손에는 작은 곤봉을 잡고 휘두른다. 그의 바로 옆 탁자 위에는 원륜이 하나 놓여 있다. 역시 이 재주꾼의 소도구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재주를 공연하는 이들 재주꾼들은 하나같이 짧고 소매통이 좁고 짧은 저고리와 바지 차림이다.

원고 : 전호태(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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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