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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노래

춤과 노래를 즐기고 있는 고구려인 벽화 이미지

고구려인이 즐기던 춤과 노래

고구려 사람들은 옷소매가 긴 저고리, 통이 넓은 바지나 품이 넓은 치마를 입은 무용수가 몸을 돌리거나 발을 내달으면서 팔을 빠르게 제키거나 굽혔다 펴 풍성한 옷자락의 움직임과 나풀거리는 옷소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하는 춤을 즐겼다. 삽시간에 팔을 저으며 훨훨 춤을 추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새가 나래를 펼치고 나는 듯이 보이게 했던 고구려 사람들의 소매 춤은 고대 동아시아에서는 널리 알려졌던 고구려 공연예술 장르의 하나였다. 춤은 일반적으로 춤추는 사람의 수에 따라 홀로 추는 춤, 둘이 추는 춤, 여럿이 추는 춤으로 나뉘며, 춤추는 사람이 도구를 쓰는지의 여부에 의해 도구를 지닌 춤과 그렇지 않은 춤으로 다시 나원다. 또한 협연 형태에 따라 남녀합창에 맞추어 추는 춤, 거문고 등의 악기의 연주에 맞추어 추는 춤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이런 다양한 형식의 춤이 모두 나타난다.
무용수와 연주자들은 흔히 얼굴에 화장을 했는데, 얼굴에 분을 바르고 입술을 붉게 칠했으며 이마와 볼에는 연지와 곤지를 찍었다.
장천1호분 벽화에는 얼굴을 붉게 화장한 무용수와 오현금 반주자가 만나는 장면, 무용수가 오현금 연주에 맞추어 긴 소매를 너풀거리며 춤추는 모습이 한 화면에 그려졌다. 무용수가 음악에 맞추어 홀로 춤추는 모습은 안악3호분 벽화에도 보이는데, 이 경우 반주자는 무려 셋으로 나란히 줄을 이루고 앉아 각각 긴 저, 완함,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다.
여러 사람의 무용수가 등장하는 군무는 무용총 벽화에 잘 표현되었다. 춤을 이끄는 사람과 열을 이루어 춤추는 사람까지 모두 6명의 무용수가 남아 있는 무용총의 무용장면에는 반주자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 7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대가 등장한다. 3명, 2명으로 나뉘어 줄을 이룬 무용수들의 옷차림은 춤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색의 배열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른쪽 줄 무용수들의 저고리와 바지 색이 서로 위아래가 엇갈리게 하고,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왼쪽 줄 무용수 가운데 옷차림이 같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사람의 두루마기 색깔을 서로 다르게 하여 춤추는 동안 관람자들로 하여금 춤 동작과 옷 색깔이 함께 변화하며 조화를 이루는 듯이 느끼게 하려 한 것이다.
행군 도중, 혹은 진영 안에서 펼쳐지는 이와 같은 무기춤은 놀이와 훈련을 겸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무기류를 손에 들고 춤을 출 때에 반주에 쓰이는 북이나 소, 뿔피리 같이 울림이 크거나 높고 날카로우며 박자가 빠른 음악을 연주할 때에 쓰이는 악기들이다.

자연 춤 동작도 크고 격렬하며 무용수도 거의 예외 없이 남자이다. 안악3호분 벽화에는 작은 북을 몸에 건 채 연주하면서 춤을 추는 장면도 보이는데, 오늘날 전통공연의 한 장르로 남아 있는 북춤의 가장 오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북춤 장면은 오회분 5호묘 벽화에도 보인다. 소매 춤과 달리 도구 춤의 경우, 무용수들은 격렬한 움직임에 적합한 옷차림을 하였다. 소매가 좁고 짧은 저고리와 통이 좁은 바지를 입고 더하여 바짓가랑이를 홀쳐 맨 옷 차림새의 남자들이 무용수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원고 : 전호태(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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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4-18